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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 팁

결혼식 함 내용물, 함 사세요 문화에 대해서

by 예신예진 2023. 3. 16.

어릴 때 드라마를 보면 함진아비가 나왔던 것 같은데 요즘은 티브이에서도, 실제로도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함 들어오는 날' 브이로그를 올린 예비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문화라는 게 신기해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처럼 잘 몰랐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함 문화란?

2. 함 내용물

3. 함은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

 

함 사세요 문화

1. 함 문화란?

결혼하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신랑 집에서 예물을 담은 함을 신부 측으로 보내는 문화입니다. (함은 한 마디로 신랑이 신부측에 보내는 예물의 일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신부 측에서 신랑 측으로 보내는 것은 예단입니다.) 함은 결혼 2주 전이나 1주일 전에 들어오며, 해가 진 저녁 시간에 한다고 합니다.

 

함진아비는 그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을 말하는 단어이며, 주로 신랑의 친한 친구나 지인이 도맡게 됩니다. 함진아비는 함을 등에 지고, 얼굴에 마른오징어를 씁니다. 함진아비가 말에 비유되었기 때문에 말처럼 보이려고 오징어에 눈, 코, 입 구멍을 뚫어놓은 가면을 쓰는 것입니다.

 

(신랑 친구 중에 결혼을 해서 아들이 있는 사람을 함진아비로 선정하는 것이 가장 전통의 방법입니다. 전통 함진아비는 얼굴에 숯검댕이를 발랐는데, 숯이 불을 의미하기 때문에 액운을 태워버리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한 풍속이 오징어를 쓰는 것으로 대체된 것이며,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 함진아비는 예비신부의 집으로 갈 때까지 절대 함을 내려놓지 않아야 합니다. 신부 집 앞에 가서 "함 사시오!"라고 세 번 외치면 신부의 가족들은 함값을 주겠다고 하며 음식과 술을 대접합니다.

 

  • 이때, 신부 집에서 바로 들어오라고 하지 않으면, 들어갈 때까지 '함 사세요!'를 외치므로 이웃주민들이 알게 됩니다. 이웃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거나, 함진아비 일행을 놀리기 위해 일부러 살짝 늦게 들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 신부 집에 들어올 때는 함진아비가 박 바가지을 깨고 들어와야 합니다. 바가지 깨는 소리에 잡귀들이 물러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 신부집에서 손님들을 대접하는 동안 신부는 방 안에만 있어야 합니다. 신부 집에서는 시루떡을 준비해야 하는데, 함진아비가 가져온 함을 시루떡 위에 올립니다. 신랑이 신부의 부모님께 절을 한 뒤 함을 열어볼 수 있습니다.

 

  • 함을 열어보고 나면 신부 어머니는 신부가 사용하던 그릇에 시루떡을 담아 신랑과 신부에게 줍니다. 이때 칼이나 가위로 자르면 안 됩니다. 먼저 신랑이 한 입 먹고 난 다음 신부가 남은 떡을 먹습니다. 그 후에 신부도 방에서 나옵니다.

 

  • 마지막으로 다같이 식사를 하거나, 함진아비를 비롯한 친구들과 뒤풀이를 하기도 합니다.

 

2. 함 내용물

그렇다면 이 함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 채단 : 결혼식 때 입을 한복에 쓰는 비단이며, 홍색과 청색이 있습니다. 청단은 빨간색 한지로 싸서 청색실로 묶어두며,  홍단은 파란색 한지에 싸서 홍색실로 묶어두고 청실과 홍실을 서로 매듭지어 놓습니다. 이 매듭은 손으로 잡아당기면 한 번에 풀 수 있는 매듭이며 결혼 생활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 혼서지 : 일종의 혼인 서약서입니다. 신랑의 부모가 사돈댁의 안부를 묻고, 감사하다는 내용을 정성스럽게 작성한 종이입니다. 신랑의 사주를 적기도 하였으며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오방주머니 : 곡식과 향나무를 넣은 다섯 개의 주머니입니다. 노란색, 파란색, 분홍색, 연두색, 붉은색 주머니이며 각각 콩, 찹쌀, 목화씨, 향나무, 팥을 홀수로 넣으며 가문마다 내용물이 다를 수 있습니다. 

 

  • 각종 예물 등

 

3. 함은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문화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결혼 전 나름대로 재밌는 이벤트가 될 수 있는 전통인데 왜 없어졌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저녁 시간에 치르는 행사이다 보니 주변 이웃에 소음 공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아파트에서 살게 되면서 더욱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서로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함진아비와 신랑 친구 일동이 행패를 부리거나, 함값을 많이 달라고 요구하여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함팔이가 끝나면 뒤풀이 장소에서 신랑의 친구들이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요즘말로 하자면 상남자 테스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장난이 너무 도가 지나쳐 고문에 가까운 정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함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집안이나 지역에 따라 아직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함진아비 없이 진행하는 등 전통적인 방법에 비하면 아주 간략하게만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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